
학생 수는 거의 비슷한데 예산 지원은 두 배 넘게 차이 난다면, 이게 과연 공정한 출발선일까요?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터져 나온 국립대 예산 배분 논란을 보면서, 저는 제가 여러 교육 현장에서 봤던 "숫자로는 안 보이는 격차"가 떠올랐습니다. 서울대는 연간 7천억 원 넘게 받고, 지방 거점 국립대는 평균 3천억 원 수준인데 학생 수 차이는 고작 20% 정도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왜 이렇게 차이 나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1인당 지원금, 실제로 얼마나 차이 날까
교육부 답변에 따르면 서울대는 국립대학법인 출연금으로 약 7,200억 원을 받고, 지방 거점 국립대는 평균 2,980억 원을 지원받습니다. 학생 수를 보면 서울대가 약 2만 9천 명, 지방 거점대는 평균 2만 1천 명 수준입니다. 단순 계산해도 1인당 예산은 서울대가 두 배 이상 많은 셈입니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반론이 "연구비 포함이라서 그렇다"는 주장인데, 실제로 서울대는 R&D 경쟁 용역으로만 1조 원 가까이 추가 수입을 올립니다. 하지만 논의 핵심은 경쟁형 연구비가 아니라, 정부가 기본적으로 나눠주는 운영비와 경상비입니다. 이 부분만 따져도 서울대가 훨씬 많이 받는다는 게 국회 답변으로 확인됐습니다.
저는 수도권과 지방에서 각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본 적이 있는데, 같은 커리큘럼이어도 서울에서는 장비 대여나 외부 강사 섭외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반면 지방에서는 담당자가 "예산이 부족해서 장비를 돌려 쓴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숫자상 차이가 현장에서는 이렇게 체감된다는 걸 직접 봤기 때문에, 이번 논란이 단순한 통계 싸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역 격차는 어떻게 누적됐나
교육부 담당자는 "과거부터 서울대는 법인으로 통으로 예산을 주고, 거점대는 인건비·시설비를 쪼개서 편성하다 보니 차이가 누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예산 편성 방식 자체가 달랐고 그게 수십 년 쌓이면서 격차가 벌어졌다는 겁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자원이 부족해서 "큰아들에게 몰빵"하는 방식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지금까지 그 구조를 유지하는 건 시대착오라고 봅니다. 서울대는 이미 동문 네트워크도 탄탄하고, 외부 장학금이나 산학협력 기회도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 정부 재정마저 집중되면, 지방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가 됩니다.
제가 지역 행사에서 만난 대학 관계자들은 "학생들 실력은 뒤떨어지지 않는데, 시설이나 취업 연계 프로그램에서 차이가 난다"고 자주 말했습니다. 개인의 성취만 보면 공정해 보이지만, 출발선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면 그게 진짜 공정한 건지 의문입니다.
공정성 논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정부는 앞으로 4년간 지역 거점 국립대 예산을 서울대의 7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만 해도 거점대 예산이 약 4,700억 원 증액됐다고 하는데, 여전히 격차는 큽니다. 문제는 단순히 총액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예산 증액과 함께 ①기본 운영비와 경쟁형 연구비를 분리해서 공개하고, ②지역 산업과 연계한 인재 정착 프로그램, ③학과 구조조정과 공동 연구 인프라까지 묶어서 설계해야 실효성이 생깁니다. 그냥 돈만 더 주면 "지원은 늘렸는데 성과는 없다"는 비판만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대 예산을 깎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저는 그보다는 전체 고등교육 재정을 OECD 평균 수준까지 올리고 그 안에서 기본 재정의 최소선을 보장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서울대를 깎으면 반발만 커지고, 실제로 지역대에 돌아가는 혜택도 미미할 겁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왜 이렇게 차이 나느냐"는 질문 자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 한, 지역 격차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겁니다. 저는 앞으로 예산 편성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대 생태계를 함께 올리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지길 바랍니다.